[언론보도] <동아일보> “재외동포 교육, 우리말뿐 아니라 정체성 심는데 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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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8-10-3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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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석왕사 영담 스님 인터뷰
도심 사찰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해온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 “브랜드 통합 차원에서 진행되는 세종학당 사업이 간판 바꿔 달기에 그치고 있다. 재외동포 교육은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는 것 뿐 아니라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과정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부천=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부처님오신날(22일)을 앞둔 14일 경기 부천시 석왕사는 경내 곳곳을 장식한 색색의 연등꽃이 활짝 피었다.
석왕사는 대한불교조계종 내에서 선구적 활동을 펼쳐온 사찰이다. 이 지역에서 일하면서 사찰을 찾아 기도하는 외국인 이주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다문화가족을 위한 한마음축제는 이미 11회를 맞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하며 국내 최초로 경내에 설립한 장례법당도 대표적인 사례다. 국제구호단체 ‘하얀코끼리’는 미얀마를 중심으로 동남아 국가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듬어 안고 있다.
‘세계일화(世界一花)’를 실감하게 하는 석왕사의 이런 행보는 부지런하고 일 욕심 많기로 소문난 주지 영담 스님의 영향이 적지 않다. 스님이 2010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하 재단)도 소중히 키워온 꽃의 하나다.
―재단은 어떻게 맡게 됐나?
“이사장이던 서영훈 선생 부탁으로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 재단이 내우외환으로 어려웠는데 거의 삼고초려를 하셔서 일을 시작했다. 2019년 20주년이라니 감회가 깊다.”
―재단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상당 기간 재외동포 교육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불모지나 다름 없었다. 민간 단체로 출발해 나름 성과를 냈다고 자부한다. 우리 동포들이 조국에 대해 애정을 갖는 계기를 제공했다.”
재단의 주요 사업은 세계 100개국 120여개 공관 및 학교를 대상으로 연간 80만 권의 교과용 도서 및 교재 공급, 재외한국어교육자를 초청한 국제학술대회 개최, 교재개발, 경력 2년미만 초보한국어교육자를 위한 e-러닝 한국어교육자 학습센터 운영, 재외한국어교육자들을 위한 현지 교원 방문 연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해외 한국어교육의 효율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재외동포교육과 외국인 교육을 하나로 묶는 브랜드 통합의 후유증이 적지 않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재외동포와 외국인 한국어교육을 세종학당을 통해 하나로 하라는 것인데, 아무리 현지화 되었다고 해도 어떻게 우리 동포를 외국인으로 보느냐? 특히 일본에 있는 우리 교포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에게 두 번, 세 번의 상처를 주는 것이다. 한국어교육과 관련된 부처는 교육부, 외교부, 문체부 3개의 부처가 있지만 이들의 역할은 모두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문체부 세종학당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며 한류 확산에 기여하는 것이고, 교육부 산하에 있는 우리 재단은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우리말과 글뿐 아니라 정체성 교육을 해오고 있다. 중국의 ‘공자학당’의 경우도 철저하게 외국인들에게 공격적으로 중국어를 가르친다. 브랜드통합의 여파로 지난해 통합해 치른 3개부처 공동 학술대회의 경우 수준과 배경이 다른 참가자들의 만족도 조사가 매우 낮았다. 심지어 참가자 중 한 분은 행사 중에 돌아가버려 내가 직접 가서 사과를 하고 올 지경이었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재외동포들의 요구는 무엇인가.
“단순히 밥 그릇 지키려는 게 아니다. 미주한국학교연합회나 한글학교 교장 등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통합에 대해 자신들을 외국인 취급하는 것이라며 비판한다. 단순히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유사성이 아니라 ‘누구를 대상으로 왜 교육하는가’를 구분해야 한다. 향후 동포 3, 4세를 대상으로 한국인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는 정체성 교육을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갈수록 모국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천=김갑식 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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