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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가난 속 작은 것도 나누는 미얀마 사찰… 생활불교의 참모습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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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4-02-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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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세계적인 불교국가다. 미얀마 전역에 기기묘묘한 불탑이 400만개에 이르고,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알려진 고대도시 바간에만 1000년이 넘은 불탑이 2500여 개나 된다. 미얀마 불교의 심장인 양곤의 황금빛 쉐다곤 파고다(사원)는 한마디로 ‘불교판 디즈니랜드’다. 너른 공간에 조성된 형형색색의 부처상과 불탑 곁에서 누구나 명상하며 휴식에 푹 빠질 수 있다.





스님들은 붓다 시대처럼 무욕의 수행을 하며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주민들은 평생 한 번은 스님(단기출가자)이 된다. 인도에서 씨를 뿌린 불교가 미얀마에서 꽃을 피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1144달러(2002년 기준)로 세계 162위의 최빈국이다. 테인 세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국을 방문하는 데 국적기가 없어 대한항공을 이용했을 정도다. 그래도 국민 대다수는 가난에 굴하지 않고 작은 것에도 만족하며, 가진 것을 나눌 줄 아는 자비행의 소유자였다. 특히 생활불교를 실천하고 있는 사찰에서 의료와 교육 사업을 도맡아 벌이고 있다. 미얀마에는 생활이 궁핍한 나머지 고아가 많이 발생하는데, 이들을 돌보는 것도 사찰의 몫이다.





미얀마 사찰의 사회시설을 지원한 해외원조단체 ‘하얀코끼리’와 함께 미얀마를 찾았다. 부천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이 이끄는 하얀코끼리는 올해도 봉사단을 꾸려 14~19일 미얀마 4개 도시에서 짧지만 알찬 봉사활동을 펼쳤다. 단원이 의료분야 20명, 문화교육분야 10명, 인솔책임자 3명, 후원자 2명 등 40명가량이었는데, 가족단위로 온 봉사자도 많았고 모두 패기와 열정이 넘쳤다.





#한류 벽화 그리기, 한식체험 프로그램





15일 양곤시 북쪽에 위치한 소도시 바고의 빤찬꽁 보육원을 찾았을 때 하얀코끼리 소속의 문화 교육 봉사단 10명은 낡은 보육원 외벽에 도색과 함께 한식 만들기, 한국 놀이문화 체험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3~15세 어린이 150명가량이 생활하고 있는 이곳 보육원에서 봉사단은 어린이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서울과 부산 지역에서 한식당 ‘해초록’을 운영한다는 박기욱 임갑희 부부가 중심이 돼 현지 아동들과 주민들 대상으로 불고기와 배추김치, 깍두기, 가지나물 등 한식을 함께 만들어 맛보는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소스 등 최소한의 재료만 한국에서 준비해 갔고 배추, 고춧가루, 마늘 등 주재료는 새벽에 현지시장에 가서 직접 구입했다. 그래야 현지인들이 스스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를 담은 벽화그리기, 그림교실 등 미술프로그램은 전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씨가 담당했다. 신씨는 미술 지도 외에 원생들에게 한국동요 ‘올챙이송’으로 가르치고 제기차기, 고무줄놀이, 윷놀이 등 한국 전통놀이의 진행도 열심히 도왔다. 빤찬꽁 보육원은 하얀코끼리가 지난해 3월에도 방문해서 학용품과 교보재, 식료품 등을 전달하고 교사 벽체 도색 등 교육환경 개선 활동을 벌인 곳이다. 박 대표는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한국음식을 시연해 보이고 대접하는 것이 기쁘다”며 “김치를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김치 담그는 과정이 담긴 동영상도 전해 줬다”고 밝게 웃었다.












고려대의료원 의사와 간호사, 청주대 간호학과 학생 등 20명으로 구성된 의료봉사팀이 남다곤 디피다가 사원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려대 의료원불자회, 주민 1000명 무료진료



고려대학교 의료원의 의사와 간호사, 청주대 간호학과 재학생 등 20명으로 구성된 의료봉사팀은 현지의사 3명과 함께 남다곤의 디삐다가 사원(주지 우 꺼뜨라 스님)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벌였다. 의료봉사팀에는 국내 감염내과 권위자인 김우주 박사(고려대 구로병원)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인 류종철 박사(서산 유니연합소아과 원장), 내과 전문의 성화정 박사(고대 안산병원)가 함께 했다. 간호사와 약사, 간호학과 학생은 물론 자원봉사자도 힘을 보탰다.

 



양곤지역 의료봉사에는 미얀마 청년그룹인 NLD-BG에서 운영하는 자선병원 의사 5명도 동참했다. 이들은 한국 의료진과 함께 짝을 이뤄 통역을 곁들여 환자를 진료했다. 15~16일 이틀 동안 500여명의 지역주민이 진료소를 찾았다. 진료는 문답 후 혈압, 혈당 등 기초검사를 거쳐 처방을 받은 뒤 조제된 약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학병원 진료 과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환자 중에는 고혈압과 당뇨병이 가장 많았고, 에이즈와 중증 환자도 있었다.





김 박사는 “영양불균형과 잘못된 식습관이 병을 부르고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중풍 등 합병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의료지원 사업으로 연결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17일에는 양곤 북쪽의 소도시 바고로 이동해 무료진료를 이어갔다. 바고 텐도지옛 구역 타마구예 사원에서 진행된 진료에도 500여 명의 주민들이 찾아와 장사진을 이뤘다. 주지 우 껑따라(82) 스님의 경우 고혈압이 중풍으로 진행되면서 거동이 불편해 의료진이 스님의 처소로 왕진을 다녀오기도 했다. 어린이 환자 중에는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심각한 피부감염으로 번진 경우도 있었고, 맨발로 생활하는 탓에 족저근막염 환자가 많았다. 심장병 어린이도 2명이나 발견됐다.

 



류 박사는 “수술만 받을 수 있다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아이들”이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가지고 간 의약품 12박스는 자선병원에 기증했다.





후원자로 동행한 마더스팜㈜ 김좌진 대표는 진통제 60만정 등 8만달러 규모의 의약품을 24개의 자선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시타구불교협회에 기증키로 하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은 16일 사가잉주 아유다나 자선병원에서 영담 스님, 야니따라 스님(시타구불교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의약품은 배편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이번 의료봉사는 한 미얀마 양국 의료진이 합동으로 진행해 의미를 더했다.












해외원조단체인 하얀코끼리 소속 봉사단원들이 미얀마 바고 판찬콩 보육원에서 원생들과 기념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만달레이 보육원에 기숙사 건립





석장경(돌에 새긴 불경)으로 유명한 대도시 만달레이의 야드나 아웅몐 보육원을 방문한 봉사단은 17일 현지에서 2층 규모의 기숙사 건립을 약속하는 업무협약식을 가졌다. 영담 스님이 지난해 3월에 방문해 5000달러 상당의 교육자료와 식료품 등을 기증하면서 기숙사 건립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는데, 1년 만에 구체적인 청사진이 그려졌다. 하얀코끼리는 황성현 세무법인 프라임 대표와 인연이 닿으면서 기숙사 건립을 본격화했다. 이번에 황 대표가 직접 방문해 야드나 아웅몐 기숙사 신축에 필요한 경비를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영담 스님은 우메다원따 스님(보육원장)과 기숙사 건립 협정서를 체결한 자리에서 “지난해 스님들과 이곳을 찾았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1년 안에 기숙사 공사를 완료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메다원따 스님은 “한국에서 스님과 불자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어 감사하다”며 “어린이들이 부모를 잃었지만,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돌보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미얀마 문화·의료·교육 교류 사업은 단순한 문화행사나 인도적 지원이 아닌 한국과 미얀마 간 보건의료와 문화 교육 교류의 새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영담 스님은 전 일정을 마치면서 “미얀마 사찰에서 생활불교의 참모습을 보았다”며 “한국불교도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양곤(미얀마)=글·사진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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